책 5. 편안함의 습격 The Comport Crisis
편안함의 습격 The Comport Crisis 마이클 이스터

p.43
레버리는 이것을 “문제 발생률에 따른 개념 변화 (prevalence-induced concept change)”라고 부른다.
본질적으로 ‘문제에 의한 잠식 problem creep’ 이다.
이는 더 적은 문제를 경험할수록, 더 만족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단지 무엇을 문제라고 여기는지에 대한 기준점이 낮아질 뿐이다.
결국 우리는 이전과 동일한 수의 문제에 시달린다. 그 새로운 문제라고 하는 것들이
갈수록 허상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즉, 더 큰 만족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내 손으로 막는다.
p.85
인생의 진짜 도전은 내면을 향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모토는 내가 정말로 불편한 뭔가를 해내겠다는 겁니다.
틀림없이 도중에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겁니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더 쉽게 포기할 수 있죠. 하지만 ‘내가’ 보고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도전을 마치고 나면 내가 나를 지켜보는 유일한 사람이었다는 사실,
힘들었던 상황에 당당하게 대처했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때 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만족감이 찾아옵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지켜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때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요?
그런 일을 하려면 청중이나 타인의 대단한 칭찬이 필요한 걸까요?
나는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닌 걸까요?
아무튼 저는 소셜미디어가 생기기 전부터 이런 가이드라인을 세워놓고 있었는데,
요즘에는 의미가 더 커졌습니다.
p.105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동일한 시공간을 더 짧게 느낀다.(…)
성장기에는 하루의 모든 순간마다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불안은 생생하게 다가오고, 기억력은 왕성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추억들은 신나는 여행에서 아쉽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그러하듯
세밀하고 오래 지속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경험들은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자동적인 일상이 되어 기억속의 나날들이
밋밋해지며 내용없는 단위가 되어가고, 그 시절은 점점 더 공허한 것이 되어 흩어져버린다.”
p.128
정말 흥미로운 역설이다. 요즘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도 갈수록 외로워지고 있다.
인류는 80억 명에 육박하고, 지구는 그야말로 거대한 인간 스프 그릇이다.
직장에서, 마트에서, 출퇴근길에서, 동네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혼자 있을 때조차 우리는 티브이, 팟캐스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거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가 많다.
p.129
오늘날과 같이 점점 더 초연결적이고 집단중심적인 사회에서
즉 우리가 속한 그룹이나 조직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세상에서,
가끔은 혼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부의 어떤 것으로도 자신을 규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붓다, 노자, 모세, 밀턴, 에머슨 등 수많은 이들이 홀로 있음의 유익함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은 말한다.
애써 홀로 있고자 했던 이런 일물들이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었다고.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똑같이 중요하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과 함께 있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 능력이다
p.303
“죽음은 단순히 병원과 장례식장과 보험과 돈 거래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교육적 의미가 필요합니다.
부탄에서는 자신을 언제까지나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니라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존재로 여깁니다.
이것을 매우 종요한 삶의 철학이라고 배웁니다. 이 나라에서 죽음은 문화와 소통의 일부입니다.”
p.308
“그런데 계획이 완벽히 실현되는 일은 절대로 없지요.
그리고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못하고 체크리스트에 더 많은 항목을 추가 하게 될 겁니다.
하나를 얻으면 곧바로 다음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이 욕망의 본성인데, 성취와 획득의 챗바퀴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신발이 열 켤레 있으면 열한 컬레를 원하게 되는 것이지요.”
p.319
바꿔 말하면 이렇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깨달으면
체크리스트와 일상의 자질구레한 것들이 무의미해지면서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중에는
현재를 살지 못했다는 것, 너무 많이 일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온 사람들은 이런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 망상들에 쉽게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현재를 산 것입니다. 많은 것을 이뤘을 수도 있고,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행복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p.325
순록의 두둠한 몸체가 자신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뒷다리에 난 커다란 상처, 북극의 자연 속에서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방랑하며
닳고 닳은 발굽. 수많은 날들 동안 푸른 식물들을 새김질해 온 이빨.
자신을 막아선 것들에 맞서 찌르고 받고 쳐내고 휘둘러가며 앞길을 개척해온 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전투를 치렀을까.
털은 두껍고 빽빽하다. 그동안 어떤 폭풍들을 견뎌왔을까.
p.439
나는 이런 깨달음을 일상생활에도 적용했다.
생각을 줄이고, 대신 더 많이 ‘느끼고’ ‘관찰’했다.
아내와 가족들과 대화할 때 더 많이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과
고요함을 찾으려 노력했다.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였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사막으로 나가 러킹을 하면서 붉은 바위와 선인장이 늘어선 길을
몇 킬로미터씩 달리며 명상 상태 비슷한 것을 경험했다.
아내의 말이 맞다. 나는 나의 현대 사회의 문제들이 사실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나를 흔들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졌다.
‘인간을 더 오래 살게 만드는 요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는 역설적으로 ‘더 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올해 들어 읽은 책들 중에서 나의 top 3 책이 될 것 같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싶으면 폰을 켜면 되고, 영화를 보고 싶으면 티비를 켜면 되고,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으면 집 앞 편의점, 아니 배달을 시키면 문 앞까지 배달해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5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우리는 훨씬 더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데도 신체적인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정신적인 건강에서 어려움을 느낄까?
SNS에서 오프라인에서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있는데
왜 ‘혼자’인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계속 새로운 인연을 관심을 갈구하며 사는 것일까.
외로움이 아닌 한적한 상태임을 알고 스스로를 위해 그 시간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빠와 함께한 몇 년동안 나에게도 중요한 문제였던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먼 이야기인듯 하지만 사실은 가장 가까운 이야기,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수록 죽음에 대한 고민도 같이 따라 오고, 그에 맞는 답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스스로 최근 몇 년간 곱씹어온 질문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불편하게, 조금 더 고독하게,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