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그리운 날

일 년전 오늘,

아빠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날이다.

크루즈를 타고싶다던 아빠의 소원

아빠의 건강상태와 항암 스케줄을 고려해야해서 호화스러운 크루즈는 꿈도 못꾸고

1박 2일의 하롱베이 크루즈로 예약을 하고 나머지 4박을 하노이에서 머물렀지만,

아빠는 행복해 했다.

비행기에서 나오는 기내식에서부터 영화도 맘껏 즐겼고,

우리가 운이 좋은지 첫 호텔에서부터 사근사근한 직원을 만나서 아빠의 첫 해외 여행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우리의 8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하노이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아빠는 본인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기도 했고, 우리와 다른 문화를 보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아빠는 영어를 못해서 내가 계속 붙어있으려 했는데, 길눈이 좋은 아빠는 혼자서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도 혼자 곧잘 호텔로 돌아왔다.

가끔씩 폰에 추억돌아보기라며 아빠와의 여행 사진이 뜬다.

아빠는 그 사진들 속에서 웃는 얼굴이 많다.

천상 경상도 사람이라 마음표현도 잘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처럼 웃고 있는 사진이 많은 걸 보며, 아빠도 즐거웠겠지, 행복했겠지 하며 내 스스로 위로하곤한다.

요 며칠 전 아는 분이 엄마를 간병하는데, 주 간병인이 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본인말은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나는 아빠와의 지난 5년의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 고집이 엄청 세고 자존심도 세서 누구의 이야기도 잘 듣지 않는 아빠인데,

아빠는 유난히 나에게만 약했다.

엄마가, 오빠가 병원 검진을 받으라고 해도 암이 아니라며 고집부리던 아빠는 나와의 전화 한 통으로 서울까지 올라왔고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하게 긴 투병 생활 속에서도 아빠는 나에게 짜증 한 번 낸 적이 없었다.

내가 제안하는 것은 그대로 다 따랐다. 물론 중간에 몇 번 말을 안들어서 내가 짜증을 낸적은 있었지만, 아빠가 나에게 짜증을 낸 적은 없었다.

그 독한 항암을 버티면서도 내 전화는 꼬박꼬박 받았고, 힘들 때 역시 힘듬을 내비치며 나에게만은 솔직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꽤 괜찮은 팀이었었네, 아빠’ 하고 생각했다.

아빠에게 너무나 고맙다.

지난 시간이 서로에게 지독하리만큼 힘들었지만,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아빠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빠는 나를 지켜볼 수 있지만, 나는 아빠를 볼 수 없어서 너무 서운하다.

아빠와 첫 번째이자 마지막이었던 해외여행이 벌써 1년 전이라서 더 그럴까

아빠의 미소와 실없는 농담이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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