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병원 혈액종양학과 추천 글
한라병원, 첫 기억
서울 강남 성모병원에서 아빠의 수술을 마치고 항암을 위해 한라 병원으로 전원 해야 했을 때
사실 걱정이 많았다.
암환우 카페에서도 항암은 다 똑같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큰 병은 무조건 서울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항암에 대해 상담하기 위해 아빠가 한라병원에 첫 방문하던 날을 기억한다.
내가 같이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아빠에게 교수님을 만날 때 전화를 나에게 바꿔 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빠에게 약에 대해 설명을 해도 아빠는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기에 내가 설명을 듣는 것이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런 부탁을 하면서도 교수님께 무례한 부탁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었다.
아빠에게 걸려온 전화.
전화기 너머로는 아주 인자한 목소리의 송치원 교수님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교수님은 아빠가 가져간 전원 서류들을 보며 아빠의 상태를 파악하며 나에게 확인을 했고,
어떤 약을 쓰게 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될 것 인지를 설명해주셨다.
내가 질문 한 것들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둘의 통화는 거의 10분이 넘게 이루어졌고,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가 서울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생각보다 마음의 상처를 자주 받으셨다.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그리고 서울로 반나절이 넘는 시간을 이동해서
병원을 찾았고, 긴 대기 시간을 견디며 담당 교수님들을 만나도 이야기하는 시간은 고작 3분도 안되었다.
환자가 많으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환자와 환자의 가족 입장에서는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분들과 다르게 송치원 교수님은 아주 다정했다.
아빠는 항상 예약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가서 대기를 하는데,
한번은 아빠의 허벅지에서 종양처럼 보이는 무엇인가 발견이 되어
내가 서울에서 대리진료로 상담을 받고 온 적이 있었다. 그 걸 교수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아침 회진을 마치고 가시는 길에 교수님이 아빠를 발견하고 나에게 전화해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직접 물어보시기도 했다.
섬세하고 다정한 케어가 아빠에게 위로가 참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아빠와 통화를 할 때면 아빠는 늘 송치원 교수님에 대한 칭찬을 끊이지 않고 하곤 했다.
내가 아빠의 2차 항암을 위해 병원에서 하룻밤을 머물렀을 때도 교수님은 오전/오후로 회진을 도셨는데,
그때도 내가 요청 드린 식욕 촉진제, 진통제 부분에 대해서도 흔쾌히 받아주시고 처방을 해주셨다.
그
리고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아침에도
교수님은 나를 붙잡고 20분 동안 아빠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아빠가 회복할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교수님은 냉정하고 솔직하게 그러나 여전히 다정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임종 전에도 다시 한번 들르셔서 아빠의 시간이 얼마 남은 것 같지 않다고 설명을 해주셨다.
내가 그때 교수님께
“교수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빠가 교수님께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고, 덕분에 힘을 많이 내셨어요.”라고 말씀 드렸다.
교수님은 그 말을 듣고
“항암 잘 마치시면 그 다음에 허벅지에 있는 종양도 차례차례 치료하려고 했는데…”라고 말씀하시면서 고개를 떨구셨다.
내가 굳이 이렇게 후기를 쓰는 이유는
생각보다 한라병원에 대한 후기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큰 병이면 큰 병원을 가야한다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한라병원의 이용객들이 나이가 있으신 어르신들이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후기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분명히 나와 비슷하게, 서울에서 수술을 진행하고 제주도에서 항암을 진행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제주도라서, 그리고 제주대 병원에 밀려서 한라병원에서의 항암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텐데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부분을 알려드리고 나누고 싶다.
의사에게 환자 한 명은 수없이 지나가는 환자의 한 명일 뿐이겠지만,
환자에게 있어서 의사는 나의 인생을, 목숨을 잡고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인데, 차가운 말투, 냉정한 태도는 환자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환자와 환자의 가족에게 힘이 되는 의사 선생님이 존재한다는 점이 많은 분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