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늙음에 대하여

늙음과 낡음에 대하여…

몇 달 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었던 인터뷰가 있었다.
서울대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국은 젊음을 너무 찬미하는 문화가 만연하다는 것.

아빠의 수술을 두 번이나 지켜보며 ‘늙어 가는 것’에 대해 많이 곱씹게 되었다.
아빠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빠의 폰이 고장 나면 중고로 3g폰을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렇기에 카카오 맵이나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아빠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

아빠를 보며 늙음을 대하는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전립선암 때문에 처음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아빠는 군에 입대할 때 이후로 서울에 처음 온다고 했다.

너무나 휘황찬란한 도시를 보며 아빠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정신이 없는 지하철역에서 내가 기계로 표를 구입하는 동안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리는 아빠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빠는 이 많은 사람들을 보며 다시 한번 놀란다.
아빠가 서울로 병원을 올 때마다, 나는 반 차이나 연차를 내고 공항으로 데리러 가야 했기에
아빠는 그것에 대해 많이 미안해했다.
한국은 노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도시라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간판들은 영어로 되어있고, 대부분의 음식들은 테이블 위에 기계로 주문을 해야 한다.
어떤 커피숍은 메뉴판도 테이블에 붙여진 QR코드를 스캔하여야 볼 수 있고, 메뉴는 모두 영어로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아빠는 테이블 위에 패드로 주문을 하는 나를 보며 멋쩍게
“나는 식당에 들어갔다 가도 테이블에 이 기계 있는 거 보면 그냥 나와버린다. 뭐 할 줄을 알아야지”라고 이야기했다.

그 뒤로는 아빠가 서울에 올 때마다 공항에서, 지하철에서, 병원에서 아빠가 모든 것을 해볼 수 있도록 아빠에게 맡긴다.
물론 많이 버벅거리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아빠의 곁에서 내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2월에 방문한 제주도에 병원에서는 접수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 매시는 다른 할머니를 보고 아빠가 가서 도와주기도 했다.

매년 설, 추석 때마다 난리가 나는 KTX 예매,
택시들도 이제는 앱으로 호출을 해야 하고, 한 지역의 광역 버스는 좌석 100%를 모두 앱으로만 구입 가능하게 해서

정류장에서 기다리시던 어르신들이 결국 버스를 못 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이러니하다.
인간이라면 모두 늙는 것이 당연한데, 늙음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 차갑다.
이러한 시스템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할 수 있다 생각하는지
앱, 패드로 주문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지,
30대 후반인 나도 버벅거리면서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의 배려도 없는 것인지.

늙음과 낡음은 다른 것인데,
서두의 서울대생의 말처럼 우리는 젊음을 찬미하느라, 늙음과 낡음을 구별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찬미하는 그들의 ‘젊음’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초라함을 느끼지 않도록,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에게 주어진 숙제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