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미국 여행 일기장 꺼내어보기

여행을 준비하다가 발견한 작은 수첩.

미국 여행을 하면서 느낀 생각을 이제와서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중구난방이지만, 다시 또 꺼내어 읽어보고 싶을 거란 걸 알기에

이렇게 옮겨 적어 본다.

미국 여행 일기장

미국 여행 일기장

1.

왜 뉴욕인가..

대학생 시절 어학연수를 결심했을 때

제일 먼저 뉴욕을 선택했었다.

영어와 함께 현대무용을 배울 수 있는 코스를 하고 싶었지만,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와 집세를 감당하지 못 할 것이란 걸 알고 선택을 아일랜드로 옮겼다.

그 선택으로 인해 지금 나의 삶이 이렇게 진행되어 오고 있는데,

만약 내가 그 때 호기롭게 뉴욕으로 밀고 나갔다면

지금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생은 선택의 결과물이지만, 

살아갈수록 그 선택의 대가가 점점 크게 다가온다.

코로나로 많은 여건이 바뀐 상태에서 선택한 미국 여행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22.8.21 경리단 스타벅스에서

2.

D.C 도착

샌프란시스코까지의 비행이 왜 이리 어려웠을까

잠 한숨도 못잔 상태에 컨디션이 별로라 그런지,

괜히 여행왔나싶은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래도 공항까지 마중 나와 준 Jay를 보니, 갑자기 울컥.

4년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한 그 모습을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공항에서 만난 스태프들을 보면서 인종의 다양함을 느끼고,

걷다가 지나친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개성과 그들만의 분위기가 느껴져 다시 한번 새롭다 느껴졌다.

22.9.1 Logan Circle에서

3.

12시간 넘게 내리자고서도 일어나서 홍삼을 먹었다.

커피와 패스츄리를 사고서 Jay랑 공원에서 우걱우걱 

이 동네가 좋다. 

만약 혼자서 여행객으로 왔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동네 분위기,

하루에 1만 5천보 넘게 걷고 있는데 행복하다.

생각보다 많이 덥지만,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길가다 만나는 개들도 예쁘고,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예뻐서 힘든 줄 모르겠다.

내가 알던 것, 살던 곳과 다른 점에서 나오는 특별함.

그들에겐 똑같은 일상이 나에게는 새롭고 특별하다.

혼자 와서는 몰랐을 다양한 이야기들을 Jay에게 들을 수 있어서 더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22.9.2 Compass coffee, George Town 에서

4.

아침에 나가서 커피를 마시고 느지막히 나왔다 생각했지만,

오후 6시인 지금 벌써 13km를 걸었다.

날씨가 아니 햇빛이 너무 강하다. 정말 몸이 익어가는 느낌 오랜만,

거리가 예쁘지 않았다면 이렇게 못 걸었을것 같은데

짜증이 솟구칠때 거리를 보면, 그리고 하늘을 보면 다시 걷게 된다.

구역이 잘 정리되어있어서 길을 건널 때 마다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운이 좋게 많은 박물관이 무료라서 가서 흥미로운 부분만 보고 나와서 다른 곳으로 갔는데도 엄청 걷게 된다.

수천가지의 예술 작품들을 보며, 다른 스타일의 예술성에 경외감을 느꼈다.

중간에 서큘레이터 때문에 잠깐의 위기가 왔지만,

계단에 앉아서 워싱턴 기념탑을 바라보니 그 힘든 순간들이 잊혀진다.

며칠 뒤면 이 계단에 앉아서 이렇게 일기를 쓰는 시간들을  또 그리워 하겠지,

그 때 가서 후회하지 않도록, 이 도시를 눈에 많이 담아 두어야 하겠다.

어제 낮에 본 조지타운 대학교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했다.

외국대학의 캠퍼스, 학생들, 축구까지…

내 인생에서 아주 멀리 있고 영화에서나 보던 것들이 내 눈 앞에 있으니 느낌이 이상했다.

하루동안 대학교-클럽-밤거리 까지 겪으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관종의 나라, 다양성이 있는 곳, 알고는 있었지만, 

나에게는 투 머치인건, 서울이나 이곳에서나…

모뉴먼트와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10여년전에 파리 여행이 생각이 났다.

돈도 없고 배고프고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내 모습.

어린치기로만 생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고민도 많던 시기.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는데…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야겠다.

조금 더 이 순간들을 즐기며, 느끼며, 감정에 충실하고 마음껏 울고 마음껏 웃고.

언제나처럼…

5.

D.C를 떠나 뉴욕으로 왔다.

암트랙을 타고 3시간 남짓 달려 편하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할 때는 이동은 최대한 적게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께달았다.

이번 여행에서 참 많은 감정이 스친다.

즐거움, 피곤함, 섭섭함. 쪼다같은 내 모습에 실망도 하고,

여행을 하다보면 나 자신에 대해 발견해 가는 것들이 참 많다.

여행을 계획 했을때를 돌아보면, 

Jay와 John이 없었으면, 2주라는 기간동안 혼자 견디지 못 했을 것 같다.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가 많이 외로워질 때 친구를 만나고,

아직까지는 여러모로 발란스가 참 잘 맞았던 것 같다.

D.C와 다르게 뉴욕은 사람이 참 많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지나가고, 나는 철저히 스며들면서도 동시에 지워진다.

이 느낌은 뭔가 낯설다.

이방인인듯 하지만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아 스며든 것 같지만 지워진 아이러니,

내가 얼마나 이 느낌을 즐길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꽤나 어색한 건 사실이다.

22.9.5 Bird Land 재즈바에서

6.

여행에도 나이에 맞는 행동이나 규칙이 있을까?

어릴 때 다니던 여행과 지금의 여행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어릴 때는 체력이 받쳐주고, 돈이 없는 탓에 싼 것만 찾아먹고 다녀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든 이후에는 그러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여행은 너무 복불복이라서

5달러짜리 음식이 50달러 음식보다 더 맞을 때가 있고, 

300달러짜리 호텔이 30달러의 호스텔보다 불편할 때가 있다.

여행의 질을 좌우하는 옵션들이 너무 많아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혼자 여행을 하면 어느정도 조율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혼자하는 여행을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2주간의 여행에서 느낀 것이

혼자 10일 이상의 여행을 하게 되면 외뢰울 것이란 것이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두 친구들이 함께 해줘서 발란스가 완벽했던 것 같다.

그리고 두 사람간의 차이가 극명하게 보여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다.

5년만의 만남, 9년만의 만남, 바로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서로의 삶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기도 했다.

a와의 시간이 재미와 편안함이 있다면, 

b와의 시간은 삶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를 했다. 

나이대가 달라 대화주제가 굉장히 다르지만, 아무래도 비슷한 시간을 살았다는 것은

공감하는 부분이 확연하게 차이 날 수 밖에 없다.

왜 여기서 글이 중단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당시는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는 시기였지만,

여전히 나의 존재감과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물론 지금도 다르지 않고, 영원히 달라질 것 같진 않지만

이 여행을 계기로 삶의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까마득한 22년, 

그래도 제법 어른된 느낌을 받았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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