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약기, 아빠를 위한 1번째 효도여행 – 하노이
아빠의 첫 외국 여행, 나의 첫 효도여행
10월 성모병원 외래를 통해서 항암 중단 권유를 듣고
나는 아빠에게 제주도 내려가면 여권을 만들라고 이야기했다.
아빠는 다음 날 시청 문이 열기도 전에 가서 대기하고 바로 신청을 했더라.
왜 나는 진작에 함께 여행을 갈 생각을 못했을까,
경상도 사람이기에 자신의 마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서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서툴기에 그 감정을 읽기가 되려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에 병원에서 대기를 하며 아빠한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여행을 가면 어디를 가고 싶냐고, 아빠의 대답은 ‘크루즈’였다.
비행기를 오랜 시간 탈 수 없으니, 크루즈를 타고 여행을 하고 싶다고…
유럽이든, 미국이든 일단 거기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데,
긴 비행은 무리이고, 오랜 기간 동안의 휴가를 낼 수 없어서 결국은 1박 2일 크루즈로 선택을 했다.
효도여행 – 여행지 결정
하노이는 내가 좋아해서 여러번을 가기도 했고,
하노이, 사파, 닌빈 정도만 가봤지 하롱베이는 나도 가본적이 없었기에
암환자라는 컨디션 때문에 살짝 걱정을 했었다.
위생도 그렇고, 만약에 응급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빡빡한 일정은 최대한 피하고, 어르신들 효도여행 느낌으로 준비 시작.
환자와의 여행에서는 비상약을 철저히 챙겨야한다.
5박 6일동안의 여행에 대비해서
비상약을 엄청 챙겨갔다. 특히나 물갈이가 걱정되어서
지사제를 챙겨갔고, 몸살감기약, 소화제, 코감기약, 알러지약, 진통제 등 다양하게 챙겨갔고
실제로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우려했던 응급상황은 없었고,
첫 해외여행이라는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첫 날 약간 배가 살살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 하다는 증상을 보였다.
그래서 중간에 스케쥴을 멈추고, 호텔로 복귀해서
테라플루 나이트 타임을 마시게 했더니 두세시간을 주무셨다.
한 숨 자고 나니 컨디션이 회복되어 나머지 일정은 무리 없이 소화했다.
암환자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아니 부모님과 함께하는 효도여행이라면
패키지보다는 개인 여행이 나은 것 같다.
그때 그때의 컨디션에 따라서 일정을 조율 할 수가 있고, 힘들면 숙소로 돌아와 쉴 수 있으니
가이드인 나도, 부모님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컨디션을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었다.

크루즈 선택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정말 많은 하롱베이 크루즈 회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효도여행 상품으로 딱이다.
내가 생각했던 조건들은,
- 3명이 잘 수 있는 트리플 룸 옵션이 있어야 할 것
- 액티비티가 잘 구성된 크루즈
- 하노이 시내 픽업이 가능한 곳
- 너무 많은 인원이 타는 크루즈가 아닐 것
이정도였다.
엄마와 아빠 둘 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나는 계속 붙어있어야 했다.
첫번째 조건 때문에 의외로 쉽게 고를 수 있었는데, 내가 골랐던 크루즈는 ‘헤르메스 크루즈’였다.
물론 크루즈를 골랐다고 끝이 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예약하는 곳들도 많은 사이트들이 있다.
네이버만 해도 엄청 많은 베트남 관련 카페가 있고, 마이리얼트립, 클룩 같이 대행사들도 많이 있다.
한참을 고민하다 내가 결정한 곳은 네이버 카페인 ‘스테이 하롱’이다.
https://cafe.naver.com/stayhalong
하롱베이 현지에 회사가 있다.
베트남의 특성상 현지에서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처리하는 시간이 빠를거라 생각해서 예약을 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고, 크루즈 자체도 꽤 만족하고 다녀왔다.
헤르메스 크루즈 가이드 Cong lam 최고
크루즈 프로그램이 여러가지가 있다,
배 안에서 진행 되는 것도 있지만 티톱섬 방문이나, 동굴, 카약킹 등 작은 배로 갈아타고
진행하는 외부 프로그램들도 많다.
거기서 보면 다른 크루즈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
단연 우리 가이드가 최고였다.
단체 사진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사진을 다 찍어준다.
연인끼리 온 팀은 둘 이서, 가족끼리는 가족끼리 하나하나 손수 사진을 찍어주고 마지막 날에는 배에서 내리기 전에
왓츠앱으로 사진까지 전송해준다.
굉장히 프로페셔널했고, 15개 팀 정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규모가 적당해서 그런지 같이 탑승했던 다른 가족과도 친해졌고,
훨씬 케어를 많이 받는 느낌이라서 엄마 아빠가 좋아하셨다.
효도여행 꿀 TIP
- 비상약 꼼꼼히 챙기기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의외에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 해외 여행보험 가입하기 : 두말하면 잔소리, 꼭 가입하기
- HDMI 케이블과 노트북 챙기기 : 정말 챙겨가길 잘했다. 호텔에서 쉴 때 TV보기 말고 할 것이 없는데 호텔 TV에 HDMI 케이블을 연결하고 노트북으로 뉴스나 티비 프로그램을 틀어드렸다. 마침 계엄 바로 직후라서 국내 뉴스를 궁금해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요긴하게 이용했음.
- 꼭 필요한 크루즈 예약 같은 건 제외하고 현지에서 예약할 수 있는 건 현지에서 예약하기 : 위에서 잠깐 언급한 것 처럼 갑자기 아프시거나 피곤해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예약해둔 스케줄대로 움직이려다 예약한 본인은 조바심이 나고, 부모님은 오히려 눈치를 보실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아빠가 쉬고 싶다 했을 때 약을 드리고 주무시게 한 다음 엄마를 데리고 마사지를 바로 예약해서 다녀왔다.
많이 걱정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 즐겁고 잘 마쳤던 여행,
너무 덥지 않았던 하노이의 날씨도 우리를 도와줬고,
여행 내내 만났던 친절한 사람들,
즐겁게 따라준 아빠에게도 너무 감사했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