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 후 항암4. 항암 부작용, 치매 초기?
처음으로 겪는 심각한 항암 부작용
5번째 사이클을 끝낸 아빠는 처음으로 심각한 항암 부작용을 겪었다.
수요일에 항암을 맞고 난 뒤 주사실에서 전화가 와서 아빠가 안경과 약을 놓고 갔다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주사실에 간호사님께서 아빠가 평소와 달리 상태가 안좋으신 것 같다고 귀띔을 해주셨다.
아빠에게 전화하니 아빠는 이미 버스를 타고 있어서 내려서 다시 다녀 온다고 했다.
전화 연결이 안되던 아빠는 두 시간이 넘어서야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다녀왔다고, 그런데 “안경이 없다. 어쩌지?”
“내가 전화해서 다음 주까지 보관 해 달라고 할게” 라고 하니
“안경이 없던데 어쩌지?” 계속 횡설 수설. 발음도 뭉개지며 말도 느릿느릿.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시 주사실에서 걸려온 전화, 약과 안경을 안 찾아갔다고.
아빠는 두 시간동안 어딜 다녀 온걸까…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죽을 먹고 한숨 주무셨다.
엄마도 확실히 이상하다고, 지켜보기로 했다.
(약과 안경은 오빠가 가서 받아왔다)
그날 밤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가 엄마가 주는 약은 죽어도 안 먹으려고 한다며 나에게 전화를 바꿔주었다.
“아빠~ 그거 약 병원에서 찾아온 거 맞아.”
“약을 놓고 왔다. 병원에서 약을 안 가져왔는데 어쩌노”
“오빠가 가서 받아 온거야. 엄마가 주는 거 그대로 먹으면 된다.”
그제서야 아빠는 약을 받아먹고 잠이 들었다.
동행 카페와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봤다.
섬망 증상, 임종 전 증상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
목요일 새벽 6시 엄마의 전화,
안 와도 될것 같다고, 아빠가 많이 좋아졌으며 웃으면서 커피를 마신다고.
그래도 아빠 상태를 직접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갔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주사실 이야기를 해주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화요일에 일을 무리하게 해서 몸살기 비슷하게 왔는데
거기에 항암 주사를 맞았으니 몸이 말이 아니었나 보다고 말씀하신다.
본인도 많이 놀라신듯 하다.
지난 주 호중구 주사를 맞고 나서도 여태까지 중에 가장 힘들었다고 하셨고,
거기에 무리를 하니 면역력과 체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이 날 이후로 아빠에게 관찰 되는 증상이 있다.
바로 발음이 어눌해진 것
다른 섬망 증세와 달리, 정신은 멀쩡하고 얼굴이 마비 된다거나,
다리가 저린다거나 하는 증상은 전혀 없는데,
오직 혀가 말리는 느낌이 들고 발음이 부정확하게 된다고 하셨다.
그것도 오전에만 이 증상이 보이고 오후가 되어가면
이벤트가 일어나기 전에 80% 정도로 돌아온다.
뇌졸증이나, 뇌경색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른 증상은 없고 발음만 어눌해진 것을 보아
항암 부작용인 듯 하다.
그래도 귀로 듣고 확인 할 수 있는 부작용이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여태껏 다른 항암 부작용이 거의 없었던 터라
아빠 본인도 약간은 맘 놓고 생활하시다 이번에는 조금 놀라신듯 하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빠와 통화하며 발음을 체크하고 증상이 어떤 지를 이야기해보고 있다.
이제 한 사이클 남았는데 아빠가 조금 더 힘내어주길 바란다.

항암 부작용 경과 – 치매 초기(?)
지난 번에 항암 부작용이 나타난 이후 아빠는 계속해서 혀가 말리는 현상을 겪으셨다.
아침에 유난히 말이 어눌해지고, 아빠 말로는 혀가 말리고 단어도 기억이 잘 안난다하셨다.
나는 항암 회차가 거듭된 만큼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
더운 날씨 탓에 나타나는 항암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가 약간 불안해하시는 것 같아서 그럼 6회차 첫번째 항암 때
아빠가 느낀 증상에 대해 혈액종양학과 교수님께 말을 하라고 했다.
지난 번 항암 후에 부작용이 컸었던 만큼 교수님은 1박 2일 입원 항암을 권하셨다.
그래서 7월 31일에 엄마와 함께 1박 2일 입원 항암을 하셨다.
교수님 면담때 아빠가 느꼈던 증상에 대해 말을 하니, 교수님께서 신경외과로 연결을 해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는 채혈부터 시작해서 임상심리 상담, 근전도, MRI까지 찍었다.
이때는 엄마와 아빠를 따로 면담을 해서 증상을 물어봤고, 인지능력 테스트 같은 것도 하셨다.
(금액은 50만원 정도 수납)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에 결과를 듣고 오셨는데,
피나 다른 것은 깨끗하나 치매 초기라고 결과를 들으셨고,
일주일 치 약을 처방 받아 오셨다.
아빠와 엄마와 따로따로 통화를 했다.
내 생각에는 치매 초기보다는 항암 부작용인 것 같은데, 일단 의사가 초기라고 했으니 지켜보자.
대신 아빠가 지금 느끼는 증상들을 수첩에 잘 적어두고, 나중에 항암을 마칠 때면 날씨도 조금은 선선해져 있을테니
컨디션이 조금 돌아온 뒤에 지금 느끼는 증상들과 비교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설사 치매 초기가 맞다 하더라도, 이렇게 일찍 진단을 받았으니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범위는 넓다고,
잘 받아들이고 어떻게 건강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것 인지 생각해보자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오늘 8월 7일 수요일 6회차 2번째 항암을 하러 가셨다가 호중구 수치가 역시나 낮아서
못하고 돌아오셨다. 대신 다음 주 월요일에 1박2일 입원 항암을 하시기로,
집에 오고 나서 아빠가 전화를 했는데
병원 대기 시간에 옆에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그 분도 역시 암환자인데, 재발이 되어서 항암 치료를 하고 계신다.
그런데 식사도 잘 못하시고 어려움을 겪는다는 등 이야기를 나누셨고,
아빠가 서울에서 수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그렇게 금방 수술을 받았냐며 부러워 하셨다고 한다.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예약하는 것도, 시기가 맞아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수술을 하는 것, 항암을 하게 되는 것
모두 운과 때가 맞아야 가능한 일 같다며, 아빠를 부러워하셨다고..
지금 생각해도 아빠가 췌장암을 발견하고 나서 2주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라 느껴진다.
그리고 시기 상 아빠가 수술을 마치고 항암을 시작 할 때 쯤 의사들의 파업을 시작해서 그런지 더 기적적으로 느껴지고…
이 좋은 기운을 이어나가 아빠가 완치의 길을 걷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
참고로 암환자, 암환자 보호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네이버의 ‘아름다운 동행’카페
환자 본인이거나, 보호자인 경우라면 꼭 가입해서 좋은 정보, 위안을 함께 나누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