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해- 클래식 공연 첫 관람기

어떤 사람의 취향, 관심사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유튜브 첫 화면을 보면 대충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나의 유튜브 첫 화면의 구성은 축구, 고양이, 영화, 동물, 범죄에 대한 것들이다.
물론 시기에 따라 정치, 운동 등이 추가 된다.
알고리즘을 분석해서 나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 해주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기능으로
나의 유튜브 화면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것들, 관심있는 것들로 채워져있다.
매스미디어가 한발짝 물러난 공간을 소셜미디어가 차지하면서,
취향에 맞는 컨텐츠들을 개인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
동시에 내 취향이 아닌 것들은 억지로 취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무시할 수 있다.
아이러니한건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들만 보는데,
그것들로 구성된 공간은 깊어지지는 않는 것 같고, 좁아지는 느낌이다.
누적된 시청 시간을 보면 그 분야에 나는 어느정도의 깊이감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텐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제성(?)이 부여되지 않는 이 세상에선 나의 세계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고,
그와 동시의 나의 생각의 확장성 조차 제한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주 화요일, 좋은 기회로 정명훈 지휘자와 KBS교향악단의 공연을 보러 갔다.
예술의 전당에서 뮤지컬을 본 적은 있지만, 콘서트는 처음이라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며 공연을 봤다.
두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방해하는 것 없이 오롯이 지휘자의 몸짓을 보고 ‘음악만’ 들었다.
근 몇 년간 이렇게 하나에만 집중해서 무언가를 한 것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공연을 보는 내내 나의 머릿속에는 여러가지 질문들과 궁금증으로 가득찼다.
1부 공연이 끝나고 인터미션 때 같이 간 친구와 ‘지휘자의 탁월함’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서 부터
악기 구성, 공연 매너 등등 머리속에 가득 찼던 질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나에게 클래식 음악은 전화 연결음, 혹은 카페나 호텔 로비에서 깔리는 배경음악 정도였고,
내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여태껏 클래식 음악으로의 생각을 확장 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공연을 보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며,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를 생각했다.
매일 비슷한 일상 속에서,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만을 생각하며 지내는 것이 오히려 나의 세상과 시야를 좁게 만들었던 것 같다.
클래식 공연 첫 관람을 정명훈 지휘자와 KBS 교향악단으로 시작 해서 눈이 조금(?) 높아졌겠지만,
앞으로는 여태껏 내 세상에 없었던 것들에 위해해 나의 공간을 조금씩 내어주어야겠다.
그 작은 시도가 나의 세상과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
넓혀줄 수 없다면? 시도 해본 것만으로도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