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아빠
나는 마음의 준비가 잘 되어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
혼자 있는 시간은 여전히 나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잘 먹고, 잘 웃고, 잘 지냈으니까, 그러려고 노력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오늘이 되니까 하루 종일 아빠 생각만 나.
아침에 달리기를 하면서 마주치는 풍경 속에 나무와 꽃을 보면서 아빠를 떠올리고
우리 같이 걸었던 그 자리를 지나며 아빠를 생각했어.
그래도 날씨가 좋을 때 떠나네 아빠
오늘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데 눈물이 너무 나와서 얼마 있지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어.
나는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아닌 가봐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아빠랑 같이 했던 추억들이 생각나더라
3월에 아빠를 보러 내려갔던 일, 나는 왜 갑자기 아빠를 보러 가야겠단 생각을 했을까.
병실에서 다른 아저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활짝 웃던 아빠의 얼굴이 생각났어.
많은 추억들이 스쳐 지나 갔는데, 그래도 쌓인 추억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도
내가 너무 소홀했던 건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어.
아빠한테 들려줄 이야기가 쌓여가고, 아빠 데려가고 싶은 장소도 늘어나는데
아빠는 여기에 없네.
벌써 49일이 지났구나.
아빠 여기서 머무는 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다 보고 가는 거야?
아빠가 내게 해줬던 말, 아빠 상황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평소처럼 일상을 살아가라고
그렇게 지내려고 노력했어. 일부러 더 많이 웃고 놀고, 일하고.
혹시 그거 보고 나한테 서운해 하는 건 아니지?
아빠는 내가 어디에 있던 나를 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만나고
검둥이랑 백구도, 얼룩이도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
아빠를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까
그럼 아빠 안아주고 싶은데, 아빠한테서 삶을 배웠다고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언제 찾아 올거야?
이 생에서 가졌던 좋은 추억만 가지고,
우리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훨훨 날아가.
나는 예쁜 꽃을 볼 때, 멋진 나무를 볼 때, 새소리를 들을 때마다 아빠를 생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