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오늘 꿈에 아빠가 나온 것 같아.
계속 잠을 못 자서 고생하다가 결국 3일 동안 아파서 끙끙 앓았어.
날씨가 많이 시원해져서 어젯밤은 짧지만 잠을 잘 잤던 것 같아.
최근 2-3주간은 잠을 잔 게 아니라서 꿈을 전혀 꾸지 못했는데,
아빠가 나온 걸 기억하는 걸 보니 오랜만에 잠 다운 잠을 잔 거 같아.
비가 많이 오는 아침이었는데, 달리기 하러 밖으로 나오니까 비가 그쳤어.
며칠 동안 달리기를 못해서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컨디션은 안 좋으니까 오늘은 몇 KM를 달릴지 정하지도 못하고 뛰었어.
너무 행복하더라, 얼굴에 맞닿은 바람이, 시원해서
내 눈앞에 펼쳐진 푸르름이 너무 눈이 부셨어.
6km를 넘어가는 쯤에 나비가 한 마리가 날아왔어. 순간 아빠인가, 아빠였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어.
엊그제 폰에 통화 녹음이 안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앱을 켰는데,
통화 마지막 녹음일이 4월이었어. 스크롤을 내리다보니 아빠와의 통화가 아직 남아있더라고.
근무 중이었지만 이어폰을 끼고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어.
아빠랑 마지막 통화, 그 때까지만 해도 아빠는 아픈 목소리이긴 했지만, 나와 대화하고 있었는데.. 24시간도 안되어서 세상을 떠났다는게 믿어지지 않아.
더 이전에 통화를 들어보니까 내가 아파서 목소리가 완전히 나간 걸 들으면서 아빠가 날 걱정해주더라, 그걸 듣고 또 다시 들었어. 그리고 나중에 또 듣고 싶을 것 같아서 폰에 저장해뒀어.
오늘은 너무나 완벽한 주말이야.
처음으로 9KM를 달렸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창가에서 멍하니 가만히 앉아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꼈어. 그리고 카페에가서 밀렸던 디자인 작업을하고 읽고 있었던 책 한권을 끝냈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순간 행복함을 느꼈어.
내 머리카락을 관통하는 시원한 바람이, 이 바람 하나가 어떻게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죄책감이 들었어.
불과 6개월 전 만 하더라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아빠의 건강이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었어. 아빠를 믿으면서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어디가 끝일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은 동시에, 아빠가 떠난 후 혼자서 이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죄책감이 들어.
내가 행복한 걸 보면 아빠도 행복해 할거란 걸 알고 있는데…
행복하고 싶어. 아빠도 보고 싶어.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서운해하지 않을 거란거 알아)
하늘에서 지켜보면서 날 잘 이끌어줘.
작은 것에서 감사함을 느끼고 행복함을 느끼며 살려고 노력할게
보고 싶어